이 건물은 처음부터 공장 하나로 설계되지 않았다.
1937년, 일제 총독부가 대만에 세운 담배 공장에는 생산 라인만 있는 게 아니었다.
기숙사가 있었다. 보육원이 있었다. 의원, 식당, 목욕탕, 오락실이 있었다.
동시에 일하는 직원만 1,200명이었고,
그들의 삶 전체가 이 6.6헥타르 안에서 돌아가도록 설계됐다.
공장이기 전에 마을이었다.
담배는 1998년에 멈췄다.
도시 계획이 바뀌었고, 담배 수요가 줄었다.
2001년, 타이베이시는 이 건물을 문화재 99호로 지정했다.
철거하지 않았다. 허물지 않았다. 그대로 남겼다.
그리고 2011년, 문을 다시 열었다.
이 공장의 건축 양식에는 이름이 있다.
일본 초기 모더니즘, 그 중에서도 '분리파(Secessionist Movement)' 계열이다.
수평으로 흐르는 선,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
장식을 걷어내고 구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방식.
격자창이 건물 전면을 반복하며 흐른다.
유리 한 장마다 안팎이 겹쳐 보인다.
바깥의 녹음이 안쪽의 전시물 위에 포개진다.
원목 창호 프레임의 단면이 두껍다.
황동 손잡이는 오래 쥔 손의 흔적처럼 녹슬어 있다.
당시 최고 수준의 자재와 기술이 들어간 공장이었고,
지금도 그 정교함이 그대로 읽힌다.
이 공간이 불편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과거를 감추지 않아서다.
배관이 천장을 그대로 가로지른다.
갈색 산업 배관 옆에 빨간 배관이 지나간다.
그 아래 네온 조명이 걸렸다.
화장실은 원목으로 마감됐다.
기능적인 공간마저 재료를 골라 만든 흔적이 남아 있다.
공장이었지만, 처음부터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북·남·동 3방향의 제조 동이 감싸는 안쪽에 중정이 있다.
나무가 있고, 조경이 있고, 바로크 양식의 정원이 있다.
생태연못에서는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
마을이 있었을 때, 이 공간은 직원들이 쉬는 곳이었을 것이다.
1,200명이 일하던 자리에서 이제는 아무 직원도 없다.
하지만 중정은 그대로다.
사람이 바뀌었을 뿐, 쉬러 오는 곳이라는 기능은 남아 있다.
현재 이 공간에는 100개 이상의 창의 기관이 입주해 있다.
iF Design, Taiwan Design Research Institute.
그리고 수백 개의 작은 브랜드들.
2011년 이후 10,0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이 공간을 거쳐 갔다.
주말 팝업에서 시작해, 독립 매장으로, 해외 전시로.
담배가 생산되고 포장되고 창고에 쌓이던 동선을 따라
지금은 아이디어가 브랜드가 되고, 브랜드가 시장에 나간다.
공장이 바뀌었다. 생산하는 것이 바뀌었다.
구조는 같다. 복도도 같고, 창문도 같고, 배관도 같다.
달라진 건 그 안에 사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