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중산구 골목 안, 통유리 너머로 페그보드 벽이 먼저 보인다.
수십 가지 색의 스트랩이 가득 걸린 그 장면이 마치 액자처럼 잘려 거리에서도 들어온다.
간판 설명이 없어도 "여기에 뭔가 있다"는 걸 직감하게 된다.
첫인상이 이미 브랜드 경험이다.
Topologie는 홍콩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창업자들은 클라이밍 장비의 핵심 — 강하고 가볍고 어디에든 연결 가능한 스트랩 구조 — 에서 출발했다.
등반용 로프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왔다.
하나의 스트랩이 어떤 장비에든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이 원칙이 Topologie의 모든 제품에 적용됐다.
제품 라인업은 세 가지로 명확하게 정의된다.
the strap. the bag. the case.
각 카테고리 이름에 마침표가 붙는다.
하나의 문장처럼, 하나의 선언처럼.
Topologie의 핵심은 Wares System™이다.
120가지 이상의 스트랩이 모든 가방과 케이스에 연결된다.
조합 가능한 경우의 수가 1,000가지가 넘는다.
스트랩 커넥터 — 카라비너, D-링 등 — 의 규격이 전 제품에 통일돼 있어서 가능한 구조다.
어떤 스트랩이든 어떤 가방에든, 어떤 케이스에든 붙는다.
제품이 완성품이 아니라 부품이다.
소비자가 조합해서 자신의 것을 만든다.
이것이 제품 시스템이다.
공간은 이 제품 시스템을 그대로 공간 언어로 번역했다.
Topologie는 도쿄의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Keiji Takeuchi Design Office와 협업해
'SIS(Store In Store)' 시스템을 개발했다.
금속 파이프 프레임에 페그보드 패널이 끼워지고,
선반이 어느 위치에든 올라가고,
제품 구성이 달라지면 선반과 패널 구성도 바뀐다.
전체 집기가 모듈이다.
고정된 요소가 없다.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든 조합된다.
흥미로운 점은 패키징이다.
박스와 포장 단위가 SIS 선반 모듈의 규격에 맞게 설계됐다.
제품이 박스째 선반에 올라가도 어색함이 없다.
진열과 패키징이 같은 치수 논리 안에 있다.
유통 편의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제품 — 패키징 — 선반 — 공간이 하나의 시스템 언어를 공유한다는 선언이다.
매장에는 별도의 장식이 없다.
조명도 최소한이고, 벽에 그래픽도 없다.
그런데 공간이 비어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스트랩이다.
120가지가 넘는 스트랩이 색깔별, 소재별로 페그보드에 걸려 있다.
형광 옐로우, 딥 네이비, 테라코타, 올리브 그린 —
이 색들이 그대로 공간의 색채 팔레트가 된다.
인테리어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제품이 어떻게 진열되느냐에 따라 공간의 시각적 분위기가 달라진다.
재고가 데코다.
진열 방식이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Topologie는 전 세계 매장에서 SIS 시스템을 동일하게 사용한다.
홍콩, 도쿄, 파리, 타이베이 — 공간의 뼈대는 같다.
그러나 각 도시에서 로컬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지역성을 담는다.
홍콩에서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MC Yan과 협업했고,
파리에서는 현지 아티스트의 아트워크가 공간에 더해졌다.
공간 구조는 모듈 시스템으로 통일하되,
시각적 정체성은 그 도시의 맥락에서 가져온다.
시스템은 전 세계가 같고, 감각은 각 지역이 다르다.
Topologie의 매장은 인테리어 디자인보다 시스템 디자인이다.
제품 조합 시스템(Wares System™)과 공간 진열 시스템(SIS)이 같은 철학 위에 서 있다.
어떤 것이든 연결될 수 있고,
어디서든 재구성될 수 있고,
조합하는 행위 자체가 브랜드 경험이 된다.
사람들이 스트랩을 꺼내 가방에 달아보고, 색을 비교하고, 다시 꺼내고.
30분이 훌쩍 넘었다.